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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기담집
    카테고리 없음 2023. 11. 23. 00:04

    도쿄기담집 ? 무라카미 하루키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던가. 신간이 나오는 족족 예약판매 때부터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나는 이제껏 딱 한권 읽어보았다.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라는 절묘하고도 기만적인(?) 제목으로 번역되어 아직까지도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책. 요즘에 서점에 가보면 제목이 열일했다 싶은 책들이 꽤 있다. <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같은 제목들 말이다. 읽어보지 않았기에 그 책 자체를 폄하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아무튼 그런 책들이 관심을 끄는데는 제목 덕이 크다는 건 부인할 수 없으리라. <상실의 시대>도 만약 원 제목인 <노르웨이의 숲>으로 초판이 나왔다면 그 정도의 흥행이 가능했을까. 뒤늦게 읽어본 독자 입장에서는 회의적이다. 단편집은 나름의 매력이 있다. 특히나 요즘같이 회사일이 바쁘고 정신 없어서 긴 이야기에 집중하기 싫을 때 짬을 내서 읽기에 딱이다. 국내 작가들의 단편집은 단편에도 무거운 이야기에 복잡한 캐릭터를 담고자 하는 느낌이라 그나마도 피곤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 <도쿄기담집>이 요즘의 내 상황에 딱 맞았다. <기담집>이라고 하면 뭔가 더 기묘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 같은데, 물론 기묘한 이야기이기는 하나 그 정도는 생각만큼 자극적이지는 않은 이야기 다섯편이 실려있다. 그게 맘에 들었다.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에서 개봉하는 일본영화들은 몹시도 자극적인 한국영화들에 비하면 심심하리만치 잔잔하다. 이 책도 기담집이라는 제목에 비하면 잔잔하면서 약간의 미스테리를 가미한 정도의 느낌이었다. 그러면서도 각 이야기속 주인공들에게 왠지 정이 간다. <하나레이 해변>은 여행 준비만 했다하면 뭔가 회사에 일이 생겨서 결국 못가고 마는 애증의 대상인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다. 외다리 서퍼라는 기발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아들을 잃은 사치라는 여인의 캐릭터가 무척 매력적이다. 아들을 잃은 슬픔을 어찌 이리 무심하게 표현했을까 싶은데, 그 절제된 듯 한 슬픔이 뭔가 일본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베개가 젖어 있어서 자신이 내내 울었다는 것을 알았다.” ? 이렇게 무심한 슬픔이 있나. <우연여행자>는 다섯 이야기중 가장 있을법한 이야기, 그렇기에 <기담집>에는 가장 안어울리는 이야기이다. 우연이 가져다주는 인연과 화해, 따뜻한 이야기였다. [책속으로]"“나는 잘난 소리를 할 만한 처지가 아니지만.” 그는 말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 항상 한 가지 룰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요.” “룰?” “형태가 있는 것과 형태가 없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면 형태가 없는 것을 택하라. 그것이 나의 룰이에요. 벽에 부딪혔을 때는 항상 그 룰에 따라 행동했고, 긴 안목으로 보면 그게 좋은 결과를 낳았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몹시 힘들었어도.”"십 년 만에 다시 만난 누나와 남동생은 각자 상대가 십 년 치의 나이를 몸에 달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월은 그만큼의 몫을 분명하게 챙겨가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의 모습은 자기 자신의 변화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했다. 누나는 여전히 마르고 스타일이 좋아서 실제 나이보다 다섯 살은 젊게 보였다."나는 그때 문득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우연의 일치라는 건 어쩌면 매우 흔한 현상이 아닐까라고요. 즉 그런 류의 일들은 우리 주위에서 그야말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거예요. 하지만 그 대부분은 우리 눈에 띄는 일도 없이 그대로 흘러가버리죠. 마치 한낮에 쏘아올린 불꽃처럼 희미하게 소리는 나지만 하늘을 올려다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건 분명 우리 시야에 일종의 메시지로서 스르륵 떠오르는 거예요. 그 도형을, 그 담겨진 뜻을 선명하게 읽어낼 수 있게. 그리고 우리는 그런 걸 목도하고는, 아아, 이런 일도 일어나는구나, 참 신기하네, 라고 화들짝 놀라죠. 사실은 전혀 신기한 일도 아닌데. 나는 자꾸 그런 마음이 들어요. 어떻습니까, 내 생각이 지나치게 억지스러운가요?”"하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아요. 자연에 내 편 네 편 따위는 없습니다. 부인께는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겠지만, 가능하다면 그렇게 생각해주세요. 아드님은 대의나 분노나 증오 따위와는 상관없이 자연의 순환속으로 돌아간 것이라고.그녀는 피아노를 치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이다. 건반 위에 열 개의 손가락을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툭 트였다. 그것은 재능이 있고 없고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도움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도 아니다. 아들도 아마 파도를 타면서 똑같은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른다, 라고 사치는 상상했다.베개가 젖어 있어서 자신이 내내 울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째서 나한테는 아들의 모습이 안 보이는 걸까, 라고 그녀는 울면서 생각했다. 어째서 그 시원찮은 두 서퍼 녀석들에게는 보이고 나한테는 안 보이는가. 이건 어떻게 생각해봐도 불공평하지 않은가.“흠, 잘 모르겠네, 어떤 차이가 있는지. 멍하니 있는 것과 생각에 잠겨 있는 것. 사람이야 늘 뭔가를 생각하지요. 우리는"결코 생각하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살기 위해 생각하는 것도 아닌 모양이에요. 파스칼의 설과는 반대되는 얘기 같지만, 우리는 어떤 때는 오히려 스스로를 살리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생각을 하는 수가 있어요. 멍하니 있다…… 그건 그런 반작용에 무의식적으로 순응하려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어려운 문제올시다.”"노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담뱃재를 재떨이에 떨었다. “아시다시피 모든 물은 주어진 최단거리를 따라 흘러가요.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물 자체가 최단거리를 만들어내지요. 인간의 사고란 그러한 물의 기능과 흡사해요. 나는 항상 그런 인상을 품고 살아왔어요. "“남자가 평생 동안 만나는 여자 중에 정말로 의미 있는 여자는 세 명뿐이야. 그보다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아.” 아버지는 말했다. 아니, 단언했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이다. 아버지는 담담한 어조로, 하지만 딱 잘라서 그렇게 말했다. 지구는 일 년 걸려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돈다, 라는 말을 하는 것처럼. 결국 나는 시시한 것만 잔뜩 손에 넣고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은 번번이 놓쳐버리는 놈인지도 모른다. 그는 곧잘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그때마다 그의 마음은 빛과 온기가 결락된 장소로 한없이 가라앉았다.“원래부터, 아주 어렸을 때부터 원했던 것을 직업으로 삼았다는 거야. 당신의 경우와 똑같아. 이 자리에 오기까지 결코 간단한 여정은 아니었지만.” “다행이네.” 준페이는 말했다. “그건 아주 중요한 일이지. 직업이라는 것은 본래 사랑의 행위여야 해. 편의상 하는 결혼 같은 게 아니라.” “사랑의 행위.” 기리에는 감탄한 듯이 말했다. “그거 멋진 비유다.”“이를테면 바람은 의지를 갖고 있어. 우리는 평소에 그런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살아가지.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을 저절로 깨닫게 돼. 바람은 단일한 의지를 갖고 당신을 감싸고 당신을 뒤흔들어. 바람은 당신의 내면에 있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어. 바람뿐만이 아니야. 온갖 다양한 것들이. 돌도 그중 하나겠지? 그들은 우리를 아주 잘 알아.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다. 어느 순간이 찾아오고, 우리는 그것을 문득 깨달아. 우리는 그런 것들과 함께 살아나갈 수밖에 없어. 그런 것들을 받아들여서 우리는 살아남고 그리고 점점 더 깊어져가는 거야.”“네, 괜찮아요. 내 이름만 찾으면 그걸로 됐어요. 나는 거기에 담겨진 것들과 함께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갈 거예요. 그게 내 이름이고 내 인생이니까요.”

    ★출간 당일 일본 아마존 종합베스트 1위★언제나 현재진행형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그 단편문학의 매혹! 나는 ‘구원받기 위해서는 어둠의 가장 깊은 바닥까지 홀로 내려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그것이 게임의 규칙이기 때문이다. _무라카미 하루키아파트 24층과 26층 사이에서 홀연히 사라진 남편을 찾는 여자,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세 명의 의미 있는 여자 가운데 한 명을 만남 남자, 문득 자신의 이름만이 기억나지 않는 여자… 평범한 등장인물들이 여느 날과 같은 일상에서 맞닥뜨린 트릿한 순간 혹은 빛과 온기가 결락된 틈에서 포착해낸 불가사의하면서도 기묘하고, 있을 것 같지 않은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 도쿄기담집 . 〈우연 여행자〉〈하나레이 해변〉〈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날마다 이동하는 콩팥 모양의 돌〉〈시나가와 원숭이〉 등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다섯 편의 이야기가 제목에서부터 이채를 발한다. 작가가 어느 인터뷰에서 밝혔듯, 도쿄기담집 은 장편 해변의 카프카 , 중편 애프터 다크 를 탈고한 뒤 경쾌한 호흡으로 단숨에 써내려간 작품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단편 특유의 응축적 깊이와 날것 그대로의 거친 매력을 선보여, ‘가장 하루키다운 이야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간 당일 일본 아마존 종합베스트 1위에 올랐고, 〈하퍼스 매거진〉〈더 뉴요커〉 등 유력 매체에 게재되어 일본을 넘어 영미유럽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특히, 도쿄기담집 이 수록된 영어판 소설집 블라인드 윌로, 슬리핑 우먼 은 ‘더월드리치스트 단편문학상’을 수상하며 하루키 문학의 유효성을 강렬히 증명했다. * [한정수량]재킷이 2종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온라인 구매 시 랜덤 발송됩니다.

    우연 여행자
    하나레이 해변
    어디가 됐든 그것이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
    날마다 이동하는 콩팥 모양의 돌
    시나가와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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