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집은 내가 예전에
읽어보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읽었는지 어땠는지를 떠나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는 말 일 게다. 그러나 내가 가지고 있는 책 중에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집이
한 권도 없는 걸 보니 아마 내가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젊은 날 가지고 있던 책들을 모두
폐기할 때 그 속에 섞여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집을 읽었다 할지라도
다시 한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요즘 나의 책읽기가 조금씩 변한 탓 때문인지도 모른다. 책을 검색하다 보니 [수필]이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띈다. 예전에 본 기억이 있는 듯 낯설지 않아 그 책으로 선택했다. 박완서 작가는 자신이 소장한 많은 책 중에서도 [수필] 만큼은 항상 팔만 뻗으면 되는 자리에 꽂아 둔다고 했다. 심란하든지, 세상사로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하시라도 쉽게 꺼내서 읽기 위해서이다. [수필]을 읽으면서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었다는 말이지 싶다.
내가 피천득 선생님의 수필을 처음 만난
때는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지금의 기억으로는 당시 국어책에 <수필>이라는 제목으로 피천득 선생님의 작품이 실려 있었던 것 같다. 작품을
읽으면서 수필이 무엇인지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지금도 기억의 한편에 자리잡고 있는
구절인양 단락의 중간에 박혀 있음에도 눈에 쏙 들어온다.
‘수필은 연자 청적이다.’
‘수필은 그저 수필가가 쓴
단순한 글이다.’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다.’
‘수필은 플롯이나 클라이맥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수필은 독백이다.’
‘수필은 그 쓰는 사람을 가장
솔직히 나타내는 문학형식이다.’
그 때에는 시험공부를 목적으로 읽었기
때문에 음미할 여유도 없이 무작정 외우다시피 하며 읽었지 싶다. 비로소 한 구절, 한 구절을 음미하며 읽어본다.
수필집을 읽어 나가면서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 글도 몇 편 만난다. <인연>과 <도산>이 그러했고, <엄마>와 딸에 대해 쓴 글들 또한 그러했다. 그렇지만 처음 읽는 양
느낌은 새로웠고, 마음은 차분해진다. 마치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해주시는 말처럼 다가온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은 간혹 말랑말랑한
글들이 읽고 싶다. 머리속으로 기억하고, 저자의 의도를 분석해보고,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하며 읽는 책이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글들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그런 나에게 [수필]은 아무런 부담없이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되어주었다. 나도 이 책을 가까운 자리에 놓고 마음이 부대낄 때마다 꺼내 읽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한국 수필문학의 거봉 금아 피천득의 「수필」 발간 33주년 기념 특별 양장판! 언제 읽어도 친근감을 갖게 해주는 피천득 ‘수필 15편’ 추가 수록.
금아 선생의 글은 모질고 모난 논설과는 전혀 다르게 평이하고 일상적인 일들을 곱고 간결한 우리말로 도란도란 이야기한다. 그것은 따지고 묻고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라 다만 우리로 하여금 삶에 있어서의 아름다움의 기미와 기쁨의 계기를 더불어 느끼게 하려 한다. 선생의 글은 과연 산호나 진주와 같은 미문(美文)이다. ― 김우창(문학박사, 고려대 교수)
서문 피천득 선생님을 기리며 / 박완서(소설가)
피천득 론 금아 선생의 수필 / 김우창(평론가, 고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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